2016년 11월 추천여행지

2016. 11. 17. 09:40주간 구매 랭킹/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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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는 “사람 향기 물씬나는 골목길을 찾아서” 이라는 테마 하에 2016년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느릿느릿 걷기 좋은 경복궁 옆 동네, 서촌’(서울 종로), ‘수원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흐르는 길, 행궁동 골목’(경기 수원), ‘시장 골목에 불어온 젊은 바람, 원주 미로예술시장’(강원 원주), ‘충남의 중심이 된 대전 원도심 여행’(대전광역시), ‘가을 정취 물씬한 해국벽화길, 경주 감포해국길’(경북 경주),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진 순천 벽화마을 여행’(전남 순천) 등 6곳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진 순천 마을 여행

기차는 설렘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기차가 생각난다. 기차는 추억이다. 이제 기적은 울리지 않지만, 기차를 떠올리면 추억 속 한 장면이 펼쳐진다. 전남 순천시 조곡동에는 기차의 옛이야기를 품은 철도문화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 철도국 관사가 있던 마을로, 80여 년간 철도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순천은 KTX가 개통하며 서울까지 이어진 전라선과 영호남을 연결하는 경전선이 만나는 곳으로, 1930년대 교통의 요지였다. 일본인은 이곳에 철도국 관사를 만들었다. 당시 위험한 일은 한국인이 하고, 열차 운전과 정비는 일본인이 맡았다. 해방 뒤 일본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우리가 물러간 철도는 바로 끝장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한국 철도는 스스로 움직였다. 이런 역사 때문에 철도문화마을이 마음에 더 깊숙이 들어온다. 

철도문화마을은 바둑판 구조로, 철도국장이 머무르던 4등 관사부터 8등 관사까지 152세대가 조성됐다. 지금은 4등 관사 자리에 9층 높이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사철나무가 뒤덮은 벽이나 한 집을 반으로 나눠 두 집이 사는 모습 등 옛 풍경이 남았다. 

과거 철도 배급소 자리에는 기차 벽화가 인상적인 카페 ‘기적소리’가 있다. 안에는 철도문화마을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걸렸다. 기적소리는 호남철도협동조합과 마을 주민이 손잡고 문을 연 곳으로, 철도문화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시간을 거슬러 추억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으로 남제골 벽화마을도 있다. 남제골은 실개천이 흐르는 아담한 마을이었다. 실개천 복개 공사 후 이곳에서 자취하던 대학생들이 거처를 옮기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옛집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실개천을 생각하며 물고기를 그리고, 주민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문 앞에는 개성 넘치는 우편함도 달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남제골을 찾았고, 알콩달콩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450m 남짓한 길에서 마음이 넉넉해지는 이유다. 

순천에서 엄마 품처럼 포근한 낙안읍성 민속마을 여행을 빼먹으면 섭섭하다. 순천 낙안읍성(사적 302호)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김빈길 장군이 1397년 토성으로 축조했으며, 1424년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성안에는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초가 사이로 난 돌담길을 걷다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즐겁고 편안하다〔樂安〕’는 마을 이름처럼 초가 사이를 걷는 것으로도 위안이 된다. 낙안읍성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순천 마을 여행을 마치고 국내 최대 갈대 군락지인 순천만습지로 향하자.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은 5.4㎢에 이르는 갈대밭과 22.6㎢에 펼쳐진 광활한 갯벌로 구성된다.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등 국제적으로 희귀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 흑두루미는 1996년 59마리가 왔는데, 지난해에는 1432마리가 찾았다. 올겨울에도 철새 수천 마리가 모여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만습지에 가면 일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풍광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자연의 아름다운 작품에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다. 

순천만습지와 1.2km 떨어진 곳에 순천문학관이 자리한다. 순천 출신 작가 김승옥, 정채봉의 문학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문학관 앞에 펼쳐진 갈대밭 오솔길은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다. 

순천만습지에서 5.8km 거리에 대한민국 대표 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이 있다. 순천만습지와 도심 사이 완충 지대를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는데,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에는 순천만습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1.12㎢에 나무 505종 72만 그루와 꽃 103종 247만 본이 장관을 이룬다. 네덜란드정원과 프랑스정원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정원, 순천의 지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순천호수정원 등 각양각색의 정원이 발길을 붙잡는다. 

고즈넉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선암사(사적 507호)로 향한다. 초입에 펼쳐진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은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입구에는 무지개 모양 승선교(보물 400호)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천년 고찰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다. 선암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원통전 등 유적이 빼곡하다. 선암사에서 나와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에 들르자. 한옥에서 마시는 차 한잔이 향기로운 여행을 선물할 것이다. 

가을 여행의 화룡점정은 먹거리에 있다. 메기와 생김새가 비슷한 짱뚱어를 뼈째 끓인 짱뚱어탕은 순천만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청정 갯벌에 사는 짱뚱어를 사용해 보양식으로 사랑받는다. 순천의 새로운 맛을 느끼고 싶다면, 금·토요일에 열리는 아랫장 야시장도 놓치지 말자. 대학생과 청년 사업가, 지역 소상인이 참여해 아이디어 넘치는 요리를 낸다. 짱뚱어 모양으로 만든 짱뚱어빵, 칠게튀김 등 재미있는 먹거리가 순천 가을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한다.

문의 : 순천만습지 061)749-6052 l 순천만국가정원 1577-2013 l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061)749-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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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 물씬한 해국 벽화길, 경주 감포 해국길

경주에 ‘감포 깍지길’이 있다. 감포항을 중심으로 해안과 마을 등을 잇는 길이다. 이 가운데 4구간 ‘해국길’은 옛 골목의 정취를 간직한 길이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건물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600m 정도로 길지 않지만, 이름처럼 벽마다 그려진 해국을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골목은 감포항 앞에 자리한 감포공설시장 건너편에서 시작한다. 벽에 조그만 간판이 달렸는데,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해국 골목-해국 계단-옛 건물 지하 창고-다물은집-한천탕-우물샘-소나무집 순으로 걸으면 된다. 골목은 밖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좁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너비에, 몸을 옆으로 돌려야 통과할 수 있는 곳도 많다. 길바닥에는 거친 시멘트를 발랐다. 골목 양옆으로 작은 집들이 있는데,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설 법한 대문이 달렸고 창문은 도화지만 하다. 

골목을 따라가는 벽마다 해국이 그려졌다. 색깔이며 모양이 전부 다르다. 하얀 해국도 있고, 보랏빛을 뽐내는 해국도 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색깔이 바랜 해국도 눈에 띈다. 깊어가는 가을, 해국 그림 앞에 진짜 해국이 한 무더기 피어 여행객을 반긴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바닥에 커다란 딱정벌레가 그려진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난 비탈길을 오르면 교회와 놀이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감포항과 동해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커다란 해국이 그려진 계단이다. 해국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존으로,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계단을 지나 골목을 따라가면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건물이 보인다. 갈색 문을 단 이 건물 벽에는 ‘옛 건물 지하 창고’라는 안내판이 있다. 대피소 겸 지하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2~3분 거리에 ‘다물은집’이라는 일본식 가옥이 있다. 원래 해국길 주변은 1920년대 개항한 뒤 일본인 이주 어촌이 형성된 곳으로, 당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고 한다. 다물은집은 일본 어민이 촌락을 이룬 흔적이다. 해국길을 걷다 보면 옛 일본 가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국밥집, 약국, 세탁소 등으로 사용된다. 

“이승에서 들려줄 수 없는 이 사랑을 다음 생에서 꼭 갚을게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선택하고, 당신 나라를 선택하고, 우리 아기를 선택할 거예요. 지금까지 내 나라가 당신과 당신 나라에 준 많은 고통들, 제가 다 짊어지고 갈게요. 쪽지 편지 하나를 남겨둔 채 그녀와 아이는 사라졌다.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던 시간들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종무의 가슴을 때린다.”

벽에 주인석의 소설 《감포 깍지길》 한 대목이 적혔다. 다물은집 건너편에 자리한 건물은 우뚝 솟은 굴뚝이 시선을 붙잡는다. 목욕탕으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100m 남짓 가면 오래된 우물 터가 나온다. 두레박이 있고 우물 속에 물도 찰랑이지만, 마실 수는 없다. 일제강점기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우물이라고 한다.


해국길 건너편 감포항에서 북쪽으로 10여 분 올라가면 송대말등대가 있다. 송대말은 ‘소나무가 우거진 대의 끝부분’이라는 뜻. 이름처럼 절벽 끝에 용틀임하듯 휜 소나무들이 있고, 그 사이로 푸른 동해가 흰 파도를 일으키며 넘실댄다. 소나무 숲을 지나 절벽 가까이 내려가면 새하얀 등대 2기가 보인다. 왼쪽 관리소 건물 위에 있는 것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본떠 지은 새 등대고, 그 옆에 1955년 무인 등대로 세운 옛 등대가 있다. 등대 아래로 검은 갯바위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바위에서는 낚시꾼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송대말등대에서 나와 경주 문무대왕릉과 감은사탑을 보고, 경주 시내를 여행하는 코스로 잡으면 된다. 문무대왕릉은 삼국 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이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묻힌 곳. 일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문무대왕릉에서 경주 시내로 가는 길에 ‘신라 탑의 전형’이라 불리는 감은사탑이 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감은사탑의 완벽한 조형미가 보는 이를 매료한다.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경주의 여행지를 꼽으라면 동궁과 월지 아닐까.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 월지는 동궁 안에 있는 연못이다. 그동안 안압지, 임해전지로 불리다가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동궁과 월지를 비롯해 첨성대와 대릉원 주변에 해가 지고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면,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 아름답다.

분황사도 운치 있다. 검은 돌을 쌓아 만든 분황사 모전석탑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탑이다. 이맘때면 주위의 단풍과 어울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주교촌마을도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기와지붕과 돌담이 어우러진 마을을 걷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최 부잣집’으로 불리는 경주교동최씨고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마당 한쪽에 있는 목재 곳간은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목재 곳간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경주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답게 다채로운 먹거리가 여행객을 즐겁게 한다. 감포항에서는 복어회를 맛보자. 복어회를 주문하면 회부터 탕, 튀김까지 코스로 나온다. 경주 향토 음식 브랜드 ‘별채반’은 놋그릇에 음식을 담아 1인 상으로 제공해, 나 홀로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교동최씨고택 옆 골목의 ‘교리김밥’은 달걀지단을 듬뿍 넣은 김밥으로 유명하다. 성동시장의 우엉김밥,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출연한 뒤 주가가 오른 ‘명동쫄면’의 유부쫄면도 별미다.

문의 :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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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에 불어온 젊은 바람, 원주 미로예술시장

미로예술시장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미로 같은 골목이 특징이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상점들이 튀어나온다. 여심을 저격하는 귀여운 물건이 가득한 가게, 젊은이가 좋아하는 주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방, 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골목미술관 등 인상적인 곳이 눈에 띈다. 길을 헤매다가 마음에 쏙 드는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에 일부러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기도 한다. 

1950년대 오일장에서 시작해 원주 상권의 중심이 된 원주중앙시장은 1970년대에 지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1992년 화재를 겪은 뒤 재건축을 계획했으나 IMF 외환 위기로 무산되고, 대형 마트가 진출하면서 찾는 이가 급격히 줄었다. 중앙시장, 자유시장, 중원전통시장 등 몇 개 시장이 연결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원도심 중심에 있어 1층 상가는 장사가 잘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은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건물의 묵은 때를 벗겨 예술의 숨결을 더하고, 불편한 골목을 미로 찾기 하듯 재미로 승화시키자, 젊은이들이 일부러 찾는 시장이 됐다. 

2층 상가에는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카페, 핸드메이드 공방, 캐릭터 숍, 맛집, 주점, 전통 공방, 도자기 공방, 액세서리 공방, 갤러리, 수제 비누 공방, 디자인 공방 등이 들어섰다. 낡은 벽면은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장식하고, 복잡한 골목을 찾기 쉽게 이정표를 설치했다. 청년 예술가들의 열정적이고 감각적인 활동 덕분에 미로예술시장이 입소문 나면서 젊은 여행자가 모여들었다. 

상가는 가·나·다·라동으로 구분된다. 가동과 다동은 증평길에 접하고, 나동과 라동은 자유시장과 마주 본다. 다동 출입구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자리한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사무실에서 시장 지도와 이달의 이벤트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네 동이 만나는 중앙광장에는 시장 소식과 에피소드를 방송하는 ‘원주중앙시장 보이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다. 

골목미술관, 카페청춘, 깨나무깨방정, 츄릅토이샵, 상상잡화점, 즐거운협동조합, 무용담예술상점, 청춘이닭, 아라비카페, 덕희공방 등 예쁘고 흥미로운 곳이 많으니 꼭 방문해볼 것. 초기부터 2층 상가를 지켜온 사랑손칼국수, 거북사, 시대라사, 시장해장국 같은 상점은 오랜 역사만큼 믿음이 간다. 

공연은 중앙광장이나 가동과 다동 사이 1층 골목 입구에서 주로 열린다. 매월 둘째 토·일요일에는 다양한 생활 소품이나 예술품을 판매하는 플리 마켓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중앙시장 1층은 의류 상가, 잡화점 등 여러 상점이 있다. 10여 개 식당이 밀집한 소고기골목도 특색 있다. 중앙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원전통시장은 반찬 가게가 유명하고, 건너편 자유시장은 전통순대골목 등 먹거리 위주다. 

원주에는 독특한 시장이 하나 더 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반짝 열리는 원주새벽시장이다. 원주교와 봉평교 사이 원주천 둔치 주차장에서 열리는 로컬 푸드 직거래 장터다. 농산물이 나오는 4월 하순부터 12월 초순까지 매일 오전 4~9시에 장이 선다. 요즘 같은 늦가을에는 새벽 기온이 낮아서 오전 6~8시에 가장 활발하다. 상인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인근에서 직접 농사지은 수확물을 가지고 나온 농민이다. 금방 수확해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치악산(1288m)은 원주 동남쪽에 버티고 선 높고 너른 바위산이다. 다양한 등산 코스 가운데 천년 고찰 구룡사가 자리한 구룡계곡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장 인기다. 버스 종점부터 구룡사까지 아름드리 솔숲이 울창한 금강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데크를 깔아 걷기 편하고, 전망대가 곳곳에 있어 구룡계곡의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을 메우고 세웠다는 구룡사를 지나 구룡소, 세렴폭포를 거쳐 정상인 비로봉까지 오르는 구간은 총 5.7km로 3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순에는 구룡계곡이 붉게 물들어 단풍 산행이 즐겁다. 

남대봉 중턱 해발 1200m 고지에 위치한 상원사는 ‘은혜 갚은 꿩’ 전설의 배경이다. 치악산은 원래 단풍이 아름답다고 붉을 적(赤) 자를 써서 적악산으로 불렸는데, 꿩의 보은 설화로 꿩 치(雉) 자를 넣어 치악산이 되었다고 한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서울에 살다가, 1980년 원주시 단구동에 아담한 집 한 채를 마련했다. 18년 동안 이곳에서 글을 쓰고 텃밭을 일구며 《토지》를 완성했다. 집필실이 그대로 보존된 옛집과 손주들을 위해 만든 연못, 고추며 배추를 키우던 텃밭, 밭일하다 잠시 앉아 쉬던 앞뜰이 선생이 살던 때 그대로 남았다. 뜰 안 바위에 앉아 방문객을 맞이하는 박경리 선생 동상이 인상적이다. 옛집 입구 박경리문학의집에서 소설 《토지》에 관한 전시를 보고, 선생의 삶과 문학 세계를 이해한다. 

원주 시내에서 벗어나 흥업면 매지리에 가면 박경리 선생이 말년을 보낸 토지문화관이 있다. 매지리에는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자리 잡아, 단풍을 즐기기 좋다. 캠퍼스에 박경리 문학비와 윤동주 시비 동산이 있으며, 매지호 앞 벚나무 길은 ‘키스 로드’로 이름난 연인들의 데이트 필수 코스다.

가족 여행으로 원주를 찾았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 거리가 있는 원주한지테마파크와 초컬릿황후에 들를 것. 원주한지테마파크에는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리 역사에서 한지의 쓰임을 살펴보는 한지 역사실, 한지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 전시실, 한지 카페와 기념품 매장, 다양한 한지 공예를 직접 해볼 수 있는 한지 공예 체험실이 있다. 체험 종류는 나팔 장식하기, 저금통·머리띠·삼각보석함·앵무새·육각필통·팝업북 만들기 등 다양하다. 알록달록한 한지를 접고 찢고 붙이다 보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초컬릿황후는 발효 카카오 효소를 이용해 건강한 발효 초콜릿을 만드는 곳이다. 체험 종류가 많고 초콜릿이 맛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도 반한다.

문의 : 원주시청 관광과 033)737-5123 l 원주시 관광안내소 033)733-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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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중심이 된 대전 원도심 여행

대전역과 대전근현대전시관은 중앙로를 따라 마주 본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대흥동·선화동·은행동·중앙동 일대는 대전광역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전 원도심이다. 그중 대전근현대사전시관과 대흥동 일대는 걸어서 둘러보는 대전 원도심 여행의 중심이 된다. 

대전 원도심 여행은 대전의 100년 역사를 차분하게 풀어내는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대전 충청남도청 구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이며, 충남의 중심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진 역사의 현장이다. 구한말 이후 충청남도청 소재지는 공주였는데, 치열한 공방 속에 1932년 대전으로 이전했다. 

1층에는 대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근현대 역사관, ‘충남도청사 그리고 대전’이라는 주제로 공주에 있던 충청남도청의 모습, 대전으로 이전되는 과정, 도청 건물의 설계 도면과 특징이 상세히 소개된 기획 전시실이 마련되었다. 2층에는 접견실, 집무실, 개인 집무실 등 80년 동안 충남 도정을 이끈 도지사실이 있다. 집무실 창을 통해 정문인 포치의 상부로 나갈 수 있다. 탁 트인 시야로 중앙로가 길게 이어지고, 그 끝에 대전역이 아스라이 보인다.

80년이 넘은 건물 곳곳에는 눈여겨볼 것이 많다. 건물 정면 외관의 스크래치 타일, 1층과 2층 사이에 배치한 외부 벽체 장식 문양, 중앙 로비 바닥의 타일 문양, 천장과 샹들리에를 고정한 지지대 문양, 창과 황동으로 만든 창호 철물, 2층 도지사실 창문에 남은 스테인드글라스는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보여준다. 지난 10월에 경관 조명이 설치되어 저녁이면 형형색색으로 물든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는 가볼 만한 근대 문화유산이 많다. 중구청 주변에는 충청남도지사공관(대전문화재자료 49호), 대전 충청남도청 구 관사 1·2·5·6호와 부속창고(등록문화재 101호)가 있고, 대흥동 일대에는 대전갤러리로 변신한 대전여중강당(대전문화재자료 46호), 1960년대에 건립한 대전 대흥동성당(등록문화재 643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로 변신한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등록문화재 100호)이 고만고만한 거리에 자리한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중앙로 오른쪽은 대흥동 일대다. 대전의 중심가로서 화려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였다. 시간이 멈춘 듯 아날로그 시대의 풍경이 그대로 남았고, 건물과 전기계량기 등을 벽화나 그림으로 장식해 수수한 느낌이 든다.

대흥동 일대에는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카페와 갤러리가 많다. ‘도시여행자’는 여행 도서관을 꿈꾸는 여행자 카페이자 북 카페. 1층은 여행 서점 겸 카페, 2층은 여행자 카페로 만들었다. 여행 서점은 한 달에 700권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다. 여행 관련 도서와 인문 도서, 신간 등을 다루며, 주인장이 추천해주기도 한다. 여행자 카페에서는 ‘묵묵독서모임’ ‘음악도시’ 같은 소모임, 지역 아티스트의 전시회와 공연 등이 열려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 예술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초콜릿 카페 ‘가치있는초콜릿’은 적절히 발효된 최상급 카카오 빈을 현지에서 들여와 직접 분리하고, 로스팅과 그라인딩을 거친 뒤 사탕수수 원당을 더해 초콜릿을 만든다. 수제 초콜릿, 마시는 초콜릿, 브라우니, 쿠키 등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타일 붙인 테이블이 있는 커다란 창으로 내다보는 거리 풍경이 좋다.

대흥동 일대는 화방과 표구사, 갤러리, 공방 등이 밀집했고, 카페와 갤러리를 겸한 곳이 많다. 카페 ‘비돌’은 2층에 ‘송어낚시갤러리’가 있다. 카페 앞에 30년이 넘은 코란도가 있는데, 카페가 열린 시간에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코란도책방’이다. ‘문화공간 주차’는 낡고 어두운 건물 주차장이 새롭게 변신한 전시 공간이다. 하지만 대흥동의 간판 역할을 하던 ‘산호여인숙’이나 북 카페 ‘이데’ 등이 문을 닫은 것은 아쉽다.

대전역 뒤편으로 대전 철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소제동 철도관사촌이 있다. 1927년 일본인 거주지의 홍수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소제호를 매립하고 철도관사촌을 지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대부분 소실됐지만,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았다. 대전의 무형문화재 전수 시설인 대전전통나래관 앞으로 나지막하게 이어진 건물과 그 사이 골목이 철도관사촌이다. 예스런 풍경에 화려한 벽화가 더해지면서 건물과 골목을 이어준다.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는 골목과 깨진 유리병 조각이 박힌 담장, 이제는 보기 힘든 나무 전봇대도 있다.


대전 원도심을 걷다 출출할 때,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대전은 국수와 두루치기가 유명하다. 1960~1970년대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보급되고, 분식 장려 운동이 이어지면서 대전역과 중앙철도시장 주변으로 밀가루 음식을 하는 집이 크게 늘었다. 지금도 대전역 주변과 중앙철도시장에는 칼국수를 내는 식당이 많다. 중앙철도시장에 있는 ‘신도칼국수’는 하루 종일 끓인 사골과 멸치 국물에 들깻가루를 올려 낸다. 담백한 사골과 시원한 멸치 국물이 특징이다. 

두루치기는 주로 두부와 오징어를 이용한다. 대흥동에 위치한 ‘진로집’은 매콤한 두부두루치기가 일품이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두부를 넣고 매콤하게 끓인다. 고춧가루로 내는 신선한 매콤함이 혀를 자극한다. 밥을 비벼 먹거나 면을 넣고 끓여 먹기도 한다. 대흥동에 있는 ‘소나무집’은 오징어찌개로 유명하다. 오징어를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인 찌개에 쫄깃한 국수를 넣어 먹고, 마지막에 밥을 비벼 먹는다. 

절정으로 치닫는 가을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곳도 있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 단풍이 유명하다. 그 중심에 높이 10~16m에 설치된 스카이웨이와 높이 27m 스카이타워가 자리한다. 메타세쿼이아와 나란히 걷거나 숲을 내려다보며 메타세쿼이아 숲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11월 초까지 메타세쿼이아 단풍이 가을의 장관을 선사한다.

대전의 중심부에 조성된 한밭수목원은 낙우송이 길게 이어진 엑스포시민광장 좌우로 동원과 서원이 있다. 엑스포시민광장 양옆으로 노랗게 물든 낙우송 길과 동원의 단풍나무원이 11월 초·중순까지 가을의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 10월 개관한 대전곤충생태관은 한밭수목원의 새로운 명소다. 장수풍뎅이를 직접 만져보고, 물방개 달리기도 해볼 수 있다. 다양한 곤충의 생태를 알기 쉽게 전시하고, 미래 인류의 식량이 될 곤충 이야기까지 담았다. 열대·아열대우림을 산책하는 듯한 열대식물원, 천연기념물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천연기념물센터가 나란히 이어져 함께 둘러보기 좋다.

문의 : 대전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42)270-3972



|수원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흐르는 길, 행궁동 골목

수원 행궁동은 수원 화성 일대의 장안동, 신풍동, 북수동, 남창동, 매향동, 남수동, 지수동 등 12개 법정동을 일컫는 이름이다. 220여 년 전 화성이 축성될 당시부터 불과 수십 년 전까지 행궁동은 수원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개발 규제로 시간이 멈춘 듯 쇠락했다. 

이런 행궁동에 주민, 시민 단체,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벽화를 그리면서 골목이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원 화성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행궁동 골목은 벽화마을과 공방거리, 수원통닭거리, 지동시장 등 특색에 따라 다양하다. 수원 화성을 구경하다가 골목으로 빠지면 볼거리, 먹거리, 살 것이 가득하다. 행궁동 골목은 수원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이어져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수원 화성행궁은 행궁동 골목 여행의 출발점이다. 먼저 화성행궁에 들러보자. 화성행궁은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인 현륭원을 자주 찾던 정조가 머물던 임시 궁궐이다. 정조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열어드렸다. 봉수당에는 정조와 혜경궁홍씨의 모습을 복원해놓았다. 행궁 가장 오른쪽에 다소 떨어진 건물이 화령전으로, 정조의 어진을 모셨다. 행궁에서 가장 호젓한 곳은 미로한정이다. 언덕에 자리해 화성행궁과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행궁을 둘러보고 나와서 무예24기 시범 공연을 구경하자. 이 공연은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 펼쳐진다. 무예24기는 정조가 직접 편찬에 관여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기술을 말한다. 칼, 창, 봉, 맨손 무술 등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공연에 관객은 환호성을 보낸다. 

이제 본격적으로 골목 여행에 나설 차례다. 화성행궁광장에서 신풍루를 바라볼 때 오른쪽은 골목, 왼쪽은 공방거리가 이어진다. 골목 여행은 수원문화재단이 정리한 ‘왕의 골목’ 코스를 참고해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총 3개 코스가 있으며, 추천하는 동선은 화성행궁-이야기가 있는 옛길-나혜석 생가터-수원전통문화관-행궁동 벽화마을(대안공간 눈)-수원화성박물관-화성행궁 순이다. 

수원 화성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전시하는 신풍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사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골목이 보인다. 담벼락에 환한 꽃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라 적혔다. 휘파람을 불며 호젓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송악철학관 담벼락에 가득한 연꽃은 철학관 주인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기차기와 말뚝박기 벽화가 있고, 바닥에는 사방치기 그림이 있다. 모처럼 옛 기억을 되살려 사방치기를 해보지만, 순서가 헷갈린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은 놀이터였다. 술래잡기, 다방구, 구슬치기 등을 하며 골목에서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 끝나고 모퉁이를 몇 번 돌면, 꽃으로 장식된 나혜석 생가터를 만난다. 나혜석은 행궁동 부활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예술가들이 행궁동에 들어오면서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이곳 출신인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재발견되어 행궁동에서 예술문화제가 열렸다. 

나혜석 생가터와 가까운 수원전통문화관도 꼭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홍씨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 고증을 통해 상차림을 복원했는데, 정조의 수라상은 10첩을 넘지 않았다. 참으로 검소한 군주가 아닐 수 없다. 정조가 행궁의 낙남헌에서 양로연을 열었을 때의 상차림, 혜경궁홍씨의 아침상과 반과상 등도 전시된다.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나와 장안사거리를 지나면 화려한 벽화로 치장한 건물이 보인다. 시민 단체 ‘대안공간 눈’으로, 행궁동 벽화마을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수원 출신 작가들의 전시장과 문화 공연 공간으로 이용된다. 현재 대안공간 눈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봄’에서 라켈 셈브리 추모전 〈라켈을 기억하다―Big Gold Fish〉가 열린다. 

브라질 작가 라켈 셈브리는 지난 2010년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에 참여, 금보여인숙 담벼락에 커다란 황금물고기를 그렸다. 이 그림은 행궁동 벽화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라켈은 고향에서 아기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벽화는 건물 뒤편 골목에 있다. 골목마다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 따뜻하다. 한데 몇몇 작품은 붉은 페인트로 덧칠이 된 상태다. 이곳 대표작 ‘금보여인숙 황금물고기’도 사라졌다.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행궁동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벽화가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벽화마을에서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면 수원화성박물관에 닿는다. 정조 즉위 240주년을 기념해 12월 4일까지 특별 기획전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이 열린다. 정조 태 항아리, 정조 왕세손 책봉 교명과 보관함, 정조 황제 추존 옥보 등 처음 공개되는 유물도 많다. 특히 상어 가죽으로 만든 옥보 보관함이 이색적이다. 수원 화성 관련 유물은 《화성성역의궤》와 그 국역본, 프랑스 번역본을 함께 전시한다. 2층 화성 축성실과 화성 문화실에서는 화성 축성 과정과 도시의 발전, 축성에 참여한 인물, 8일간 이어진 정조의 행차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행궁동 골목 여행을 마치면 공방거리를 거쳐 먹거리 골목을 구경할 차례다. 화성행궁광장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공방거리가 나온다. 거리에는 다양한 공방에서 만든 소박한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1961년 신상옥 감독이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한 ‘한데우물’을 지나면 팔달문이다. 

수원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주변은 온통 저잣거리다. 지동시장 주변은 수원천과 어우러져 야경이 아름답고, 먹거리로 순대타운의 순대곱창볶음이 유명하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원통닭거리에 가보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골목에 진동한다. 저녁을 먹고 수원 화성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연인들이 호젓한 달빛 쏟아지는 성곽을 걷는 모습이 로맨틱하다.

문의 : 수원시청 관광과 031)228-2409



|느릿느릿 걷기 좋은 경복궁 옆 동네, 서촌

세월이 변하고 사람이 바뀌고 집의 형태가 달라졌어도, 골목은 그대로 남아 추억을 환기하는 곳이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오래된 동네, 서촌이 그렇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을 일컫는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을 끼고 청와대까지 곧장 이어지는 효자로 왼편, 즉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청운동·효자동·창성동·통의동·신교동·통인동·옥인동·체부동·누상동·누하동·사직동 일대를 말한다. 세종대왕이 나고 자란 곳이 있어 세종마을이라고도 부른다.

경복궁 동쪽인 북촌이 역사적으로 왕족과 사대부의 거주 공간이었다면, 서촌은 의관과 역관 등 중인의 생활공간이었다. 서촌에 산 이들 중 우리가 알 만한 인물이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시인 이상과 윤동주, 화가 박노수와 이상범, 이중섭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의 집터와 옛집이 지금도 서촌에 있다. 

오래된 동네, 낡은 골목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인의 향수를 자극한다. 최근 서촌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데는 낡고 오래됐어도 정겹고 편안한 이곳의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서촌을 찾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옛 동네 특유의 정취를 매력으로 꼽는다. 수도 서울의 중심부인데 고층 건물을 찾아볼 수 없고, 대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미로 같은 골목 사이로 낮은 한옥과 다세대주택이 이어지는 풍경은 묘한 매력이 있다. 

사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고도 제한 등 건축 규제에 묶여 개발이 더뎠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옛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단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소문이 크게 나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페와 밥집, 술집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한옆에 오래된 중국집과 미장원과 세탁소가 자리를 지키고, 20년 넘은 칼국숫집과 감자탕집도 그대로 있다. 


서촌 탐방은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한다. 자하문터널 방면으로 이어지는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을 나눠 돌아보면 편하다. 사직동·체부동·옥인동·통인동·누상동·누하동·신교동이 자리한 서쪽은 역사 문화 탐방이나 먹거리 투어를 즐기기에 적당하고, 창성동·통의동·청운동·효자동이 있는 동쪽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예술을 주제로 둘러보면 좋다. 

경복궁역 2번 출구는 서쪽 지역을 둘러보는 출발점이다. 출구를 나서면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보인다. 배화여자대학교 쪽으로 뻗은 이 거리는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이들 사이에서 금천교시장, 적선시장 혹은 체부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지금은 시장의 기능이 거의 사라지고 밥집과 술집이 즐비해, 해 질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붐빈다. 

시장 오른편으로 난 서너 개 작은 골목으로 접어들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길은 구불구불 실핏줄처럼 퍼져 체부동·누상동·누하동·옥인동으로 이어지고, 탐방객의 발길은 분주해진다. 집 앞에 내놓은 화분이며 빨래, 수도 계량기, 자전거, 전봇대에 붙은 스티커, 나무 대문의 조그만 초인종과 국기 게양대까지 오래된 시간 속 풍경이 감성을 건드린다. 

현재 카페로 운영하는 ‘대오서점’은 1951년 개업한 서촌의 상징이다. 서촌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중국집 ‘영화루’도 고풍스러운 외관을 간직한다. 시인 이상의 옛집은 복원 후 문화 공간으로 쓰인다. 1930년대 후반에 지은 박노수가옥은 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으로 개조해 일반에 공개된다. 이곳에서 개관 3주년 기념전 〈吹笛―피리소리〉가 2017년 8월 27일까지 이어진다. 

먹거리와 볼거리 가득한 통인시장의 도시락카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진 서촌의 명물이다. 통인시장 서쪽 출입구 맞은편에서 인왕산 방향으로 난 옥인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 가게가 많아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 옥인길 끝까지 올라가면 인왕산 수성동계곡을 만난다.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에 등장하는 수성동계곡은 2010년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면서 발굴·복원했다. 계곡 위는 인왕산 등산로와 연결되고 다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창의문, 청운문학도서관으로 이어진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은 자하문로 동쪽을 먼저 보고 싶다면 4번 출구로 나간다. 대림미술관, 진화랑, 갤러리 시몬, 팔레드서울, 사진위주 류가헌 등에서 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린다. 미당 서정주를 중심으로 한 시 동인지 《시인부락》이 탄생한 통의동 보안여관은 전시·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전시 일정이 있을 때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11월 9~22일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2016 서울사진축제 중 해외작가 특별전 〈보이지 않는 도시 : Cité Invisible〉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옥 내부를 구경하거나 공예 체험을 하고 싶다면 북촌으로 간다. 북촌은 서촌보다 앞서 유명세를 치른 인기 관광지로, 경복궁 동쪽 안국동·가회동·삼청동·사간동·소격동·계동 일대를 말한다. 북촌로12길 일대에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한옥이 많고, 전통 체험이 가능한 공방도 있다.

문의 :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58

[출처]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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